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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매혹당한 사람들

JGH 2018. 3. 3. 13:40

Photo by Ben Rothstein / Focus Features - © 2017 Focus Features LLC. All Rights Reserved.

 

 

 

가장 원초적인 감정, 금기가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소재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남북전쟁 시기에 여자들만 살고 있는 어느 외딴 기숙사에 다리 부상을 당해 치료가 필요한 한 남자가 들어온다.' 절로 성적 긴장이 형성되는 세팅이다.

영화의 플롯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반부는 블랙코미디, 후반부는 호러(스릴러)의 톤으로 전개된다.

감독인 소피아 코폴라도 그렇고 그의 아버지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역시 마찬가지로, 그들은 상업 장르영화인 척하면서 비틀고 인장을 새기는 데 능숙하다.

 

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니지만 전개 과정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많다. 기숙사 내의 여성들, 남자 경험이 적고 호기심이 많은 그들의 사소한 행동들이 유발하는 웃음이다.

일견 유치하고 일차원적으로 보이는 감정표현 때문에 나를 포함한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지만 여기엔 더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우리가 웃는 이유는 캐릭터들이 귀여워서가 아니라 그들이 내밀한 욕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쾌감을 느끼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체험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이나 청교도 문화가 강하게 지배했던 초창기 미국이나 프로이트의 말처럼 '억압되어 있는 것은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행잉록에서의 소풍>, <크랙>)

가장 위선적이고 무서운 니콜 키드먼, 순박한 시골 교사 커스틴 던스트, 사춘기 소녀에서 숙녀로 이행 중인 엘르 패닝 등 연령대가 다양한 영화 속 모든 여성들은 숨기려 하지 않는다. 야성적인 털을 가진 매력남 콜린 패럴에 대한 소유욕을.

 

 

그러므로 당시엔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하다가 끝내 파괴해버린 그들은 격리되어야 한다.

인상적인 마지막 쇼트에서 마치 유령처럼, 안개와 숲으로 둘러싸인 기숙학교에 박제되어 고정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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