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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vdbeaver.com/film4/blu-ray_reviews_62_/vengeance_is_mine_blu-ray.htm

 

 

 

가끔 무서운 영화들을 만날 때가 있다.

건조하고 차갑게 인간의 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복수는 나의 것>은 축축하고 어두운 질감으로,

 보는 사람을 내내 긴장시킨다.

범죄 스릴러의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인 콜드 블러드>처럼 쿨하게 논픽션 스타일로 진행된다. 뜨겁게 타오를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각으로 인간 행동과 심리의 양태를 보여준다. 미닫이문의 격자 창 안에 구속된 인물들을 통해 살인과 섹스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표현한다. 날건달 에노키즈의 망나니 짓들은 아버지와 핏줄에 대한 간접복수로 읽힌다.

 

영화는 천인공노할 전대미문의 살인마가 극의 중심에 있지만 시리얼 킬러를 다룬 싸이코패스 스릴러도 아니고, 슬래셔 호러도 아니다.

패륜이나 치정극(가족 드라마)도 아니다.

그보다 더 깊은 지점에 닿아 있는 걸작이다.

연쇄살인자 아들과, 며느리에의 욕망을 지닌 아버지를 동시에 조명하며 결국 이 모든 것은 한 사람의 비뚤어짐 때문이 아니라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피'의 문제임을 암시한다. ("네 몸속엔 악마의 피가 흐른다.") 이것은 가족, 인종, 국가, 나아가서 전 인류의 원죄다. 또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욕망을 환유한다.

 

더 무서운 건, 어떻게든 이야기 내에서 판단을 내려야 할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그 자신도, 이 문제에 대해서 답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 어떤 사악함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부분을 완전히 도려내거나 어찌할 순 없다. 그냥 억누르고 껴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이 정도가 감독이 내리는 결론처럼 보인다.

(죽은 에노키즈의 유해가 공중에서 멈춰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 '피'는 지독하고 진득하게 우리를 따라붙는다)

그래서 <복수는 나의 것>은 두 번 다시 보기 어려운 불편한 영화다.

인간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종의 섬뜩한 공포 영화이기 때문이다.

(라스 폰 트리에, 미하엘 하네케의 영화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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