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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JGH 2018. 3. 17. 17:45

http://www.imdb.com/title/tt5607714/mediaviewer/rm2835687168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고 사회물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닌 독특한 리듬의 영화.

생경하지만 두 시간동안 몸과 마음을 내맡기면 영혼이 고양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외적인 스타일도 훌륭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두 캐릭터들 사이 감정의 교류다.

단 1그램의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마리어'라는 캐릭터는 독특하다.

일견 도도하고 차가운 전문직 여성이지만(가축 도살 공장에서, 말 그대로 눈 한 번 깜박이지 않는), 늘 타인과 세계를 강박적으로 의식하는 내성적인 성향의 소유자다.

마리어가 혼자 집에 있는 식탁에 앉아 조미료 통을 활용해 가상의 대화를 하는 두어 개의 씬은 존재의 외로움, 타인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리어의 전사나 사연같은 것들은 영화 속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그저 어떤 계기로 인해 신경증을 갖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우리가 어떤 한 사람의 일면만 보고 그 사람의 본심을 재단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이면엔 누구나 상처, 콤플렉스 따위가 있고 그런 것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의 마리어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캐릭터다.

어떤 '감정'을 느낄 수도, 타인에 감정 이입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그녀가 같은 '꿈'(겨울 숲 속의 사슴 한 쌍)을 꾸는 한 남자를 알게 되면서 서서히 자신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알껍질을 깨고 나온다.

 

영화의 또다른 한 축인 안드레 역시 세상과 담을 쌓고 있는 편이다.

이혼했으며 회사의 관리자 직책을 맡고 있지만 많은 사람과 친분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그 역시 마리어와의 관계와 묘한 이끌림을 통해 자신을 열고 변화시켜 나간다.

플롯의 가장 중요한 사건인 사내 동물 의약품 도난 사건에서 가장 유력해보이는 용의자(혈기왕성한 신참 직원 사니)를 무턱대고 의심했지만, 진상을 알고 나서 스스로 반성한다. 그리고 사니에게 먼저 다가가서 사과하고 술자리를 제안한다.

 

마리어와 안드레는 가벼운 대화, 만남을 거쳐 '섹스'를 통해 진정으로 서로 교감하게 된다. (영화의 영어 원제인 'On Body and Soul'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영혼은 몸을 통해 풍부해지는 것이지, 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인간 역시 동물이며 '몸'이라는 매개(실물)를 통해 오욕칠정을 느끼고 표현한다.

마리어가 힘들지만 애써 도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음반매장에서 음악 듣고 CD 고르기, 공원에서 커플의 키스를 보고 흉내내기,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의 감촉 느끼기 등)

헝가리 감독 일디코 에네디는 어느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것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며 살았으면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 마지막 장면처럼 마리어는 아직 식탁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에 대한 신경쓰임을 어찌할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점진적인 노력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고 그로 인해 행복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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