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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조커

JGH 2021. 4. 13. 19:16

© 2019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분노의 포도]의 작가 존 스타인벡은 일찍이 '배고픔과 공포는 분노를 낳는다'고 했다.

아서 플렉은 좌절된 꿈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누구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될 수 없고 누구나 부자 아버지를 가질 순 없다. 이것은 단순한 망상일까, 누적된 실패와 사회 부조리에 대한 심리적 반작용 혹은 응축된 콤플렉스의 폭발일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개인이 문제냐 사회의 문제냐)를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두 작품 모두 정제된 미술, 정신병적인 캐릭터, 영화 외적 논란이 있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아서 플렉(해피)은 세상과 불화한다. 꿈(코미디언)과 현실(객관)의 불화를 겪는다.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해. 단 1분도 행복한 적 없었어.") 예의없는 세상에 대해 분노하면서 꿈틀대는 자존감을 간직한 인물이다. 그 속엔 용납할 수 없는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 정상과 비정상, 코미디와 삼류의 구분은 누가 결정하는가. 소수자도 자신만의 영역을 존중받아야 하는 법이다. ("코미디는 주관적인 것.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이 웃긴지 안웃긴지 결정한다.")

영화를 보며 싱숭생숭한 마음에 여러 질문들이 마음속에 떠오른다. 이것은 과연 정당한 분노인가? (개인의 특이성으로 치부해야 하는가, 사회 구조의 부조리함을 먼저 지적해야 하는가) 세상이 미친건가, 아서가 미친건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망상인가? 조커는 과연 웃는 것일까 우는 것일까? 등등.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의 영화다.

 

<행오버> 시리즈를 감독했던 코미디 전문 감독이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절대악의 심연을 이해해보고자 노력한 '조커 비긴즈'. 깊이를 알 수 없는 인간 심리의 어두운 측면을 바라보며 가슴을 묵직하게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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