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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악질경찰

JGH 2021. 4. 27. 22:18

ⓒ 2019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53580

 

 

이정범 감독의 <악질경찰>은 영화적인 것과 현실의 문제가 불균질하게 공명하는 순간이 많다. <내부자들>, <베테랑> 같은 기존의 권력층 고발 영화들과 비슷하면서도 궤를 달리하는 점은 더 불안하고 확실히 전복적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여러 점에서 표피(외피)와 내피가 묘하게 중첩되면서 구분되는데, 특이한 건 현실의 외피를 통해 '더 큰 현실의 부조리, 부정의'라는 내피를 덮고 있다는 것이다. 즉, 세월호 사건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트라우마를 소재, 주제(어른의 미안함, 반성)적으로 끌고 들어와서 재벌 비리와 사회적 착취구조의 민낯을 은근히 가림막 하고 있다. 이것은 민감한 내피를 조금이라도 희석시키기 위한 감독의 의도적 결정이거나, 두 개의 사건을 병치시켜서 전체를 조망하고자 한 거시적 판단일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 됐든 간에 세월호 문제라는 전국민적 집단 트라우마, 국가시스템의 부조리가 서브플롯으로 들어오면서, 재벌 비리 플롯의 현실감, 심각함을 더 강화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연결되지 않지만 보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상상적으로 연결되는 논리적 모순) 결국 감독의 이전작들보다 훨씬 더 정치적인 영화로 해석된다. 회장을 처단하는 종결부는 일견 개연성 없는 판타지, 지나친 장르적 결말로 보이지만 반대로 이렇게밖에 해결될 수 없고, 이렇게라도 해결해야 한다는 감독의 결기가 느껴진다. 어쩌면 투자배급사가 워너브러더스였기 때문에 이런 파격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제3자가 봐도 위험해 보이는 현실 풍자, 누구나 연상이 가능한 태성그룹의 실제 모델. 이렇게 직접적으로 1위 기업을 빗댄 대규모 상업영화는 내 기억으론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혹자들이 지적하는 대로 현실(의 고통)과 장르가 충돌하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의 고통)과 현실(의 거대한 부조리·악)이 충돌함으로써 묘한 불협화음을 내는 영화라고 봐야 한다. 만약에 전자(세월호 추모)에 영화의 진의가 있다면 후자의 재벌권력은 당시의 국가시스템에 대한 은유가 되고, 후자(재벌권력 문제)에 영화의 진의가 있다면 세월호는 서사의 수단이 되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세월호 소재는 느와르라는 장르성과 현실을 직유하는 사회성 사이에 위치하며 영화에 독특한 불균질성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 좋은 결과인지 나쁜 결과인지 나로서는 판단이 어렵다. 다만 화면에 나타난 영화의 현상이 그렇게 보일 뿐이다. 묘한 의미가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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