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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글 속에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은 무성 호러영화 스타일 작법과 조악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좀비 호러 장르'의 원형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영화로 인정받을 만하다. 외부의 침입자 모티프는 돈 시겔의 <외계의 침입자>(1956)에서, 슬래셔 장르의 활용은 히치콕의 <싸이코>(1960)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밀도 있게 펼쳐지는 스릴러-호러의 장르적 재미도 대단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의의는 역시 좀비 장르의 컨벤션을 확립한 것에 있다. → 모종의 이유로 인한 죽은 자의 부활 / 불에 약하고 두뇌가 급소인 점, 잔인한 식인 습성 등 좀비의 특징 /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화가 진행되는 점 등 현대 좀비물이 활용하는 대부분의 장르적 룰을 이 영화가 마련했다고 했도 과언이 아니다.

 

'좀비의 아버지 조지 로메로'의 강점은 하이라이트 액션 시퀀스의 긴장감과 몰입도에 있는 것 같다. 광란의 밤이 펼쳐지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만 보더라도 대공격, 악인 처단, 반전(소녀 좀비), 집 점령 등 많은 터닝 포인트들을 쌓아두고 절대 지루하지 않게 극을 진행시킨다. 후에 나온 <어둠의 사투>(1988) 역시 전반부에 쌓아둔 드라마와 갈등을 바탕으로 길고 임팩트 강한 최후의 액션 시퀀스가 펼쳐진다.

인종문제를 은유한 점도 돋보이는데, KKK단의 흑인 살해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결말부가 인상적이다. 천신만고 끝에 좀비떼들은 다 이겨냈지만 오인 사격 한 발로 그냥 사망해 버리는 유색인종 주인공의 모습은, 허무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민권 운동,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이 성행했던 60년대 후반 미국의 사회상을 잘 녹여낸 것 같다.

 

10년 뒤에 발표된 좀비 시리즈 2탄 <시체들의 새벽>(1978)은 좀 더 고강도의 장르적 재미로 충만하다. 주인공 무리는 서바이벌 게임처럼 좀비들을 사냥하고 어린아이처럼 백화점을 탈탈 턴다. 영화는 비이성, 인간성 상실, 광기, 물질에 대한 욕망을 좀비물이라는 틀을 통해 여과 없이 보여준다. 독특한 촬영, 편집 스타일은 이후 나온 FPS 게임(스나이퍼 시점 숏), GTA(차로 좀비 들이받기)등에 영향을 준 게 확실하다. 감독의 악취미로 가득 찬 '거대한 소품'같은 느낌의 영화다. 

여기서도 역시 진짜 문제는 인간 대 좀비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이다. 힘을 합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데 이기심 때문에 서로를 해친다는 것에 문제의 방점이 찍혀 있다. 몇년 전 타계한 좀비의 아버지는 역시 좀비보다는 우리 인간에게 더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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