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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하나 그리고 둘

JGH 2021. 5. 7. 21:24

www.mystar.ne.kr/archives/2722,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우리는 반쪽짜리 진실만 볼 수 있나요?"

 

카메라(영화)는 '삶의 나머지 반쪽의 진실을 온전하게 보여줄 수 있는 매체'라고 에드워드 양은 말한다. 그래서 인물과 그들이 속한 세계를 함께 보여주려는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다. 촬영에 있어서 롱 샷, 풀 샷, 롱테이크가 많이 쓰이고 미장센이 정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의 플롯은 복잡하지 않지만 밑에 깔린 서브플롯은 그리 간단치 않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 모두가 교묘히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난쥔은 업무량에 비해 회사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당하게 배제당하는 것 같지만, 처남의 자살 시도를 자신도 모르게 부추긴다. 리리는 본인도 남자 친구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사귀면서 엄마의 불륜에 실망하고, 팅팅은 커플 간의 싸움으로 인해 귀찮은 편지 전달을 대신해주지만 결국 친구의 전 남자 친구와 사귄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에 이어서 다시 한번 비정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할머니도 죽음을 맞으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감독의 영화가 늘 어떤 끔찍한 사건으로 귀결되는 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한 명의 원숙한 영화 작가가 이 거대한 세계를 그런 결말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나 그리고 둘>(2000)은 일종의 메타 영화다. 감독은 자신이 왜 영화를 찍는지 그 당위를 설명한다. 영화 속 키 맨인 소년 양양의 '사진'은 세상의 진실을 바로 보려는 감독 자신의 필사적인 노력에 다름 아니다.

영화는 소통의 불가능성을 넘어, 우리 개개인이 보는 세상은 원래 반쪽의 진실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씬이 하나의 의미망('인간의 한계 = 반쪽의 진실만 볼 수 있는 존재')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왜 에드워드 양이 삶의 수수께끼를 포착한 위대한 영화감독으로 평가받는지 알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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