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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2015)부터 이어지는 이준익 감독의 사극 3연작은 가히 놀랍다. 그 이전의 몇 번의 상업적 실패 때문에 신중해진 감독이 (그 자신의 말마따나) 몸을 움츠리고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간소하게 만들었다기에는 꽤나 훌륭한 영화적 완성도 때문이다.
2000년대 초중반의 전성기(<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때는 관객들의 사랑과 대중성을 얻었다면, 이번 두 번째 전성기에는 그와 함께 '작가성'도 같이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한국영화계에서 이렇게 얼마간의 텀을 두고 감독의 역량이 다른 방식으로 발휘되는 모습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적 실화를 충실히 각색하고 표현해낸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개인적으로 난 이 영화가 혁명 투쟁극을 표방한 '러브 스토리'라고 본다.
인간과 인간이 타인과 맺는 관계의 정서에 늘 관심이 많았던 이준익 감독 답게 이번 작품도 주인공 박열과 그의 연인 후미코의 관계가 사실상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만남부터 운명적으로 서로의 동질성에 끌리는 그들 - 일본에서 활동하는 조선인 아나키스트 박열, 일본인이지만 불우한 성장환경 때문에 아웃사이더가 된 후미코는 어리지만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천황에게 '개새끼'라고 일갈할 준비가 된 존재들이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풍랑 같은 것들은 단지 배경일 뿐, 진짜 중요한 건 그 속에서 희로애락을 겪으며 나름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인간'이라고 감독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늘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의미있는 관계망을 형성한다는 것, 그것도 중요하다.
<사도>에서 영조와 사도세자가 그랬듯이, <동주>에서 윤동주와 송몽규가 그랬듯이 말이다. 이 두 전작들에서 풍기는 캐릭터들의 관계는 마치 멜로드라마적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거울쌍 같은, 애증이 가득한 묘한 관계.
그리고 신념을 가진 개별 존재들이 사회 시스템의 장벽 앞에서 결국 장렬하게 무너지고 마는 모습은 애상적인 감정, 향수어린 슬픔, 한(恨) 같은 정서들을 만들어낸다. <왕의 남자>에서 장생과 공길이 마지막 줄타기를 하는 장면, <사도>에서 정조가 죽은 아비의 넋을 기리는 장면, <동주>에서 에필로그로 시인 윤동주와 송몽규의 삶을 연대표로 정리하는 장면들 같은.
<박열>에서도 감독 이준익은 젊음의 혁명적 에너지가 안타깝게 사그라드는 모습을 동정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그 넋을 기리고 그들이 가졌던 정신을 아름답게 채색한다.
여러 버전으로 편곡되어서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OST 테마 '이태리의 정원'도 분위기에 크게 일조한다.
어떻게 보면, 기-승-전-결 영화 구조에 더해서 감상적인 사족을 다는 이준익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그의 단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열>에서 뒤끝 없고 깔끔하게 정리되는 스토리는 장점으로 더 많이 느껴졌다. 비워내고 덜어낼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는 그런 담백하고 의미있는 차기작을 또다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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