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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보다, 순간순간의 이미지와 분위기가 더 잔상에 남는 영화들이 있다.

미국의 불량한 밑바닥 10대 외판원들의 삶을 매우 사실적으로 로드 무비 형식을 통해서 보여주는 이 작품도 그런 종류 영화에 속한다.

감독의 철저한 사전조사에 기반한 핍진한 시나리오가 끌고 가는 특별한  힘이 있는 영화다.

공교롭게도 내 생일에 개봉한 영화이기도 한데, 꿈의 날개가 꺾인 나의 모습과 주인공 '스타'의 모습을 비교하며 여러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는 이미 발가벗겨진지 오래고, 이 작품 역시 메이저 스튜디오의 대자본 상업영화와는 결을 달리한다.

깨지고 부딪히고 체험하는 날것의 느낌, 감정들을 영화는 내내 보여준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인물들은 뭔가를 이뤄내고 발전하기보다 그냥 스스로의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주인공 스타 역시 숱한 고생에도 불구,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정하지는 못한다.

 

 

대형마트에서 리한나의 'We Found Love'가 흘러나오는 순간 서로 운명적으로 끌리는 스타와 제이크의 모습, 남부의 밤거리에서 차 밖으로 몸을 빼내 음악에 몸을 맡기는 스타와 그녀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들, 두 청춘 남녀가 황혼을 배경으로 서로 몸을 섞는 순간들.

이런 것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나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그 덕에 서사와 알맹이(관객이 느껴야 할 핵심 주제, 테마 등)가 부족하다는 아쉬운 느낌은 있다.

2시간 3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임에도 플롯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인상도 든다.

 

영국 감독이 미국의 자본주의 신화 이면에 자리한 그늘을 묘사한다는 영화 밖 비평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이런 사회성을 주목해서 칸이 심사위원상을 안겼을 가능성이 높지만).

위에서 열거한 '영화적 잉여의 이미지들'이 기억속에 잔상으로 남기 때문이다.

관객은 그 이미지들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삶, 생각과 결부시켜 자신만의 해석을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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