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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덩케르크

JGH 2017. 8. 6. 00:16

© 2016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Ratpac-Dune Entertainment LLC and Ratpac Entertainment, LLC

 

 

 

영화의 시작은 무성 영화이고, 무성 영화는 이미지가 중요하다라는 것을 현재 크리스토퍼 놀란만큼 잘 알고 있는 감독은 없어 보인다.

<덩케르크>의 비교적 실험적인 형식에 관해서는 두고두고 계속 분석과 비평이 잇따를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가 더욱 커질 것이다.

 

중층구조의 플롯, 시간의 배열이 뒤섞인 구조가 대탈출의 스펙터클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관객 스스로 보고 느끼면 된다.

생생한 연출로 전쟁장르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고 있고, 음악과 편집을 통한 영화적 스릴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배트맨 트릴로지>에서의 긴박감 넘치는 교차편집보다 더 땀을 쥐게 한다)

그동안의 놀란 영화의 러닝타임에 비해 짧은 분량이기 때문에 몰입하다 보면 시간이 빨리 흐른 것 같기도 하다.

덜어내고 집중했다는 측면에서, <덩케르크>는 놀란의 가장 미니멀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씨네21 김혜리, 송경원 평론가의 글처럼 <덩케르크>는 무성영화 특유의 순수한 운동감, 리듬, 벡터등을 형성하려고 시도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생각되는 가장 주요한 근거는 '이야기의 경량화' 이다.

그동안 작품들의 시나리오를 책임졌던 동생 조너선 놀란이 작업에서 빠졌고, 이전작들에 비해 캐릭터도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항상 주인공의 숙명론적 결말로 귀결되던 놀란 영화의 비극성이 이 영화에는 없다(그렇기 때문에 입체적인 '플롯'에 비해, 전체적인 '스토리'나 감정이 평면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과거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고뇌하던 주인공 캐릭터의 감정이 제거되다 보니, 영화 속에 남는 건 순수한 전쟁의 실체뿐이다.

이것은 새로움을 찾는 관객, 비평가들에겐 장점이 될 수도 있고

기존의 영화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개봉 전 부터 계속 이어졌던 세간의 기대감에 결과물이 부응하지 못했다고 본다.

<덩케르크>는 <그래비티>가 아니다. 또한 <라이언일병구하기>나 <블랙호크다운>도 될 수 없다.

아날로그적 감성과 사실감을 중요시한 연출을 했다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다.

그의 영화에서 플롯은 재배열되고, 인과관계는 무너진다.

복잡한 형식을 통해서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곧 '주제'다.

실상 이미지에 집중했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결국 인간의 본성(생존 욕구, 정의, 윤리 등)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배경 설정과 인물에 집중했어야 한다.

전반부에서 하이라이트에 이르기까지는 전쟁의 포화와 진행만을 급박하게 보여주다가, 마무리에서 갑자기 연합군과 귀환 병사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듯한 (해피)엔딩을 설정한 건 톤이 어긋난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지 않고 있지만, '놀란'이라는 이름의 참신함과 혁신성에 비해서는 기술적으로도 평범했다.

장르를 잘 다뤘던 지난 영화들처럼, 전쟁 영화에서도 뭔가 다른 것을 보여주지 않겠나 생각했지만 CG와 촬영을 비롯한 스타일 측면에서는 이전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물론 <덩케르크>가 올해의 영화 후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영화 자체의 야심에 비해서 결과는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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