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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안에서 꼭두각시다.

그리고 영화는 그런 꼭두각시들의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예술이다.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걸작 <재와 다이아몬드>는 2차대전 당시(거시 서사) 독일 항복 직후 폴란드 해방의 날을 배경으로 해서, 다양한 이해관계에 놓인 군상들의 모습을 미시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소련 영향 하의 동구권 국가인 폴란드의 5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세련미를 보여준다. 각잡힌 연극적 구도와 인물 동선(<성공의 달콤한 향기>,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를 연상시키는), 로우 앵글의 적절한 사용, 기역자 인물 블로킹, 사물을 활용한 깔끔한 쇼트 연결등의 촬영은 많은 고민과 엄격한 계산을 통한 화면 통제가 이뤄졌음을 짐작케 한다.

또 형식적으로는 장르적인(필름느와르, 첩보) 할리우드 플롯과 유럽 예술영화(태동하던 누벨바그의 느낌도 담겨있는)의 분위기가 묘하게 결합되어있다.

 무엇보다도, 러닝타임 내내 지속되는 재즈·탱고 음악은 영화의 정서· 무드를 형성한다.

그리고 여기서의 무드란 곧 '재와 다이아몬드'라는 영화의 제목과 연관된다. 이 작품의 멜랑콜리하면서도 낭만적이고 희망적인 느낌은, 곧 재와 다이아몬드라는 상반되는 물질의 개념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폴란드의 유명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제목의 의미는 마치엑과 크리스티나, 두 청춘남녀가 폐허 속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재'는 피폐해진 폴란드가 입은 전쟁의 상흔, '다이아몬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할 소중한 미래가치인 사랑과 젊음을 의미한다.

허무와 체념, 기쁨과 희망이 함께하는 영화의 재즈 무드는 거기에서 파생된다.

 

청춘 비극의 주인공처럼 끝을 맞이하는 주인공 마치엑의 모습은 안타깝고 허무하다.

하지만 그와 같은 젊은이들의 희생을 통해 세계는 계속된다.

폴란드가 오랜 혹한의 세월을 겪고 나서 레흐 바웬사의 시대를 맞이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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