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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약속 (1972)

JGH 2017. 3. 27. 00:06

 

http://www.imdb.com/title/tt0224421/mediaviewer/rm327947776

 

 

 

이만희의 전설의 영화 <만추>(1966)의 공식 첫번째 리메이크작.

김기영, 김수용, 김태용의 한국 리메이크작들은 모두 보았지만 <약속>은 그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영상자료원에서 보게 되었다.

 

왜 많은 감독들이 이 스토리에 매혹되고 다시 만드는지 이유를 생각해보건대,

결국 '영화적인 이야기'의 힘이 가장 큰 것 같다.

김지헌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짧은 시간안에 기승전결을 갖춘 구조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의 감정을 일으켜야 하는 고전 그리스 비극의 플롯 요건을 충족한다.

사람들은 귀휴명령을 받은 여죄수와 성격 좋은 젊은 범죄자의 사랑에 교감한다.

두 캐릭터의 사연과 슬픔은 곧 관객들 자신의 것이 된다.

모든 위대한 로맨스-멜로가 그렇듯, 만추 시나리오에서도 여주인공이 곧 교도소로 돌아가야만 하는 현실적인 제약(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둘의 사랑(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이 더 애틋할 수 밖에 없다.

 

'만추' 리메이크작들은 감각적인 촬영이라는 공통분모도 가진다.

훌륭한 시나리오는 글 자체로 이미 영상의 무드를 결정하는 것 같다.

한국 리메이크작들의 촬영도 물론 훌륭했지만, <약속>에서의 정적이면서도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꽉 찬 화면의 촬영 역시 좋았다.

 

굳이 우열을 따지자면 가장 최근에 나온 김태용의 <만추>(2010)가 작품적으로 가장 아쉽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결국 원작에의 충실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온전히 원작 시나리오의 감정과 정서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두 캐릭터에만 집중하는 것. 앞의 세 작품들은 이를 충실히 지켜내지만, 김태용의 만추는 장소와 서브 플롯들을 변경함으로써 분위기를 희석시켜버리고 만다.

 

사이토 코이치의 <약속>은 (아마도) 원작 <만추>(1966)와 김수용의 <만추>(1981)와 같은 흐름과 분위기로 진행된다. (김기영의 <육체의 약속>(1975)은 이 영화들 중 가장 독특한 스타일의 걸작으로써, 만추 시나리오의 영향과는 논외로 다루어야 할 문제적 텍스트이다)

시간이 갈수록 신파성은 극대화되고, 애틋함 안타까움 같은 감정들이 스크린에 넘실거린다.

확연하게 연하로 보이는 남자주인공의 마지막 절규는, 사랑의 좌절로 인한 슬픔보다는 엄마를 다시 되찾고 싶어하는 아이의 떼쓰기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지점들이 이 영화의 가장 특별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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