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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삼각관계를 만들면 꼭 걸려든대요.” 산업화 시대 서울의 어느 양옥집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살해된 여자의 친구가 지난 일들을 진술하기 시작한다. 이어 시골 처녀인 명자(윤여정)가 고향에서 어떤 큰 사건을 겪은 후 도망치듯 상경해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집에 식모로 들어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그 집의 가장은 중년의 작곡가인 미남 동식(남궁원). 동식의 곁에는 노래를 배우는 어린 여가수들이 늘 끊이지 않는다. 명자는 주인집 아주머니(전계현)가 친정에 가느라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동식의 불륜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화녀>는 두 여자와 한 남자 사이의 치정과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그린 스릴러다. 김기영 감독은 자신이 만들었던 원작<하녀>(1960)의 일부 시퀀스를 제거하고 극의 속도감을 높이면서 인물들 사이의 원초적 긴장감에 방점을 찍는다. 일견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의 극단적 선택들은, 폐쇄적이고 체면(명예)을 중시하는 한국의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한국식 호러’라고 명명할 수 있는 이런 설정은 마치 구전 설화처럼 먼 옛날부터 이어져왔을 법한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가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은 스타일이다. 컬러 필름으로 찍힌 만큼, 빨강·파랑·노랑 등의 원색 사용을 통해 미술과 조명에서 강렬함을 배가했다. 정사 신, 살인 신에서 히치콕을 연상시키는 몽타주 기법을 사용한 것도 눈에 띈다. 구조적으로는 미스테리 수사극 형식을 취해서(액자 구성) 이야기의 결을 한층 풍부하게 했다. 베테랑 배우인 남궁원, 전계현과 함께 좋은 호흡을 보여준 25세의 신예 윤여정의 광기어린 연기가 인상적이다. 제 8회 청룡영화상 감독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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