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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턴2와 성룡

JGH 2018. 4. 24. 03:39

https://www.imdb.com/title/tt4468740/mediaviewer/rm3692779776

 

 

성룡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뭐니뭐니 해도 경쾌한 액션의 리듬을 체험하는 경험 그 자체다.

빠르면서도 강한 몸놀림, 작지만 탄탄한 체구의 균형감각, 주변 사물과 지형을 이용한 임기응변, 상황을 반전시키는 여유와 유머감각까지. 춤추듯 유려한 허허실실 성룡표 취권, 평소 우리가 영화에서 접하는 액션 코디네이팅이 얼마나 개성 없고 비슷비슷한지 깨우쳐준다.

 

귀여운 곰이 주인공인 영국 영화 <패딩턴 2>는 '연결과 융합'을 통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액션의 리듬을 창조한다. 성룡을 떠올리게 하는 패딩턴 캐릭터의 어트랙션 액션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미용실에서 손님 머리를 태우는 신, <모던 타임즈>의 채플린이 된 것처럼 기계속으로 들어가는 장면 등) / 다양한 매체 활용(팝업북 애니메이션, 드로잉 애니메이션, 배경으로 등장하는 웨스트엔드 뮤지컬) / 편집 기술(원형 달리를 활용한 몽타주, 교도소 주방의 점진적인 리모델링 과정) / 촬영 기술(교도소 내 통신망으로 활용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캐릭터들의 대화를 쭉 따라가는 카메라) / 인물들의 움직임(다락 사다리를 통한 이동, 웨스앤더슨 같은 탈옥 할 때의 기하학적 느낌) / 움직이는 교통수단의 활용(큰 개, 자동차, 열기구, 기차). 영화의 많은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서 끊기지 않는 유려한 리듬을 형성하고 연결의 쾌감을 전한다. <포레스트 검프>와 <쇼생크 탈출>을 합친 듯한 영화의 내용은 이런 형식들 덕분에 설득력을 얻는다.

 

 

© 1998 - New Line Cinema

 

 

성룡과 패딩턴은 '수동적으로 세상에 맞춰지는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세상을 자신의 리듬에 맞춘다.' (혹은 그런 것 처럼 보인다) 여기에서 쾌감이 생겨나고 보는 우리도 즐거워진다.

둘의 공통점을 간략하게 추려보면 이렇다.

1) 선한 인물의 선한 액션. (따라서 감정이입을 하기 쉬운)

2) 작은 신체. (상대적으로 부족한 피지컬을 민첩함과 기지로 해결)

3) 귀여움과 아기자기함. (둥글둥글하고 익살스러운 면 존재)

날카롭고 부피와 힘이 강조된 마초 액션은 이와 정반대된다. 80년대에 크게 유행한 하드바디 액션물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패딩턴 2>에서 악역인 연극 배우 피닉스 뷰캐넌(휴 그랜트)은 '연결되지 못하는 자'이다. 그는 연기처럼 급작스럽게 사라지는 게 특기이고, 마네킹과만 대화하는 분열 인격체다. 어딘지 모르게 툭툭 끊기고 단절되어 있는 그의 모습은 배우처럼 자신을 연기하면서 사는 현대인들의 자화상 같기도 하다.

이와 반대로 패딩턴과 그의 가족은 '공동체 정신'을 상징한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말하는 곰이든, 흉악해 보이는 죄수들이건 간에 모두 같은 인간이다. 이런 소수자 포용 무드는 영국의 브렉시트 탈퇴에 대한 제작진의 우회적 유감 표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소통과 이해의 기회가 닫혀버린 세상 속에서, 영화를 통해서만 통쾌한 시원함을 만끽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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