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https://www.imdb.com/title/tt0043117/mediaviewer/rm3516943872

 

 

 

 

 

존 포드의 <웨건 마스터>(1950)는 모뉴먼트 밸리가 배경이다. 60여명의 몰몬교 집단은 새로운 정착지인 샌 후안을 목표로 길을 나선다. 말 장사꾼인 트래비스(벤 존슨)와 샌디(해리 캐리 주니어)가 이들의 여정을 돕는 웨건 마스터로서 함께하게 된다. 계약을 맺고 보수를 받으며 일한다는 점에서 이 둘은 기존 포드의 서부극 영웅들과 약간 차별화된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면에서 영화는 포드의 작품답지 않은 부분이 있다.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이 영화를 두고 '사치스런 B급 서부극'이라고 일컬은 바 있고 포드 자신도 실제로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에 가장 가까운 영화이며, 가장 단순하고 순수한 서부극"이라고 말했다. 이전 포드의 서부극보다 현저히 적은 예산(약 백만 달러)과 무명의 주연 배우들을 데리고 찍은 <웨건 마스터>는 가장 훌륭한 서부극은 아닐지라도 가장 서정적인 서부극이라 할 만 하다.

 

영화는 직선적인 스토리 라인으로 전개된다. 캐릭터 구도나 플롯 측면에서 포드의 이전 작품 <역마차>(1939)와 닮아 있다. 주인공 트래비스와 무희 덴버(조안느 드루)의 미묘한 관계는 링고 키드와 달라스의 그것을 연상시키고, 이해관계가 뒤얽힌 다양한 집단들이 함께 옥신각신하며 황야를 횡단하는 점 역시 <역마차>와 비슷하다. 또한 허문영 평론가의 말처럼 전형적 서부극의 관습적 요소들뿐만 아니라, 술 취한 광대, 도박과 춤과 노래와 같은 존 포드 서부극의 특징적 요소들도 빠지지 않는다. 트래비스가 모는 말의 호쾌한 질주, 폴카 스윙 댄스를 추는 몰몬 교도들의 파티 장면 등은 포드의 인장과도 같다.

동시에, 느리고 사소한 에피소드로 가득한 이 영화는 그 어떤 서부극과도 닮지 않았다.

 

영화에서 가장 강조되는 테마는 '공동체 정신'이다. 당시 사회에서 핍박받던 몰몬교들을 비롯해 말 장사꾼, 떠돌이 극단, 무법자, 인디언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주류에서 소외된 외부자이자 경계인(문명과 야만 사이)이라는 점이다. 감독은 영화 내내 거의 모든 캐릭터들에 사연과 온기를 부여하고, 이들은 고난과 즐거움이 연속되는 과정을 함께 겪으며 서로 하나가 된다. '로드 무비'처럼 길에서 여러 사건들을 통과하며 목적지로 향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구약 성서의 출애굽기 속 모세와 유대인들, 신대륙을 향해 가던 메이플라워호를 연상시킨다.

 

많은 평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영화의 장점은 '아름다움'이다.

존 포드 권위자 태그 갤러거는 '이 영화의 미스터리는 인물이 다음에 무엇을 하는가의 미스터리가 아니라, 주어진 순간에 그의 생동의 미스터리'라고 말한 바 있다. 하스미 시게히코 역시 '마차 행렬의 완만한 운동'이 주는 감흥을 강조했다. 한편 허문영 평론가는 <웨건 마스터>를 순수한 서부극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말의 순응과 날뜀이 운동의 투명성에 이르기 때문이다'라고 영화의 시학을 평했다.

이상하리만치 소박하고 평화로운 몰몬 교의 야간 파티 신, 트래비스와 덴버가 서로의 마음을 교류하며 걷는 신, 마차들이 위험한 바위 고개를 넘어가는 하이라이트 등 이 작품은 포드만의 아름다움이 장면마다 살아 숨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두 가지는 달리는 말과 왈츠를 추는 커플이다"라는 포드의 명제를 확인하고 싶다면 놓쳐서는 안 될 필견의 작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