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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어느 한적한 공장에서 홀로 일하고 있는 일록(백승환)에게 시카고 교포 친구인 예건(이웅빈)이 찾아온다. 무심결에 예건이 건넨 남성 사중창 노래 대회 포스터를 본 일록은 잃어버리고 있던 꿈을 떠올리고, 곧이어 멤버 구인 공고를 낸다. 기대와 달리 범상치 않은 외모의 생선 장수 대용(신민재)과 도너츠 트럭을 운영하는 대용의 후배 준세(김충길)가 곧바로 합류한다. 호기롭게 시작하긴 했지만 변변한 연습 장소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경험도 돈도 부족한 그들의 앞날이 밝아보이지만은 않다.

 

<델타 보이즈>는 제작비 250만원으로 9회차 만에 완성된 고봉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노동자 청년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을 웃픈 코미디로 그려낸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다. 인물들이 서로 대화할 때의 현실적이고 가감없는 말들, 서로간 갈등과 다툼의 과정이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시종일관 무언가(라면, 삼겹살, 치킨 등등)를 가지고 와서 친근하게 함께 나눠먹는 모습(먹방 영화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도 웃음을 자아낸다. 거의 모든 장면이 롱테이크로 찍힌 영화는, '배우들이 잘 놀 수 있게 멍석을 깔아줬다'는 감독의 말 그대로 배우 각자의 개성이 톡톡히 드러난다.

 

2시간 여 러닝타임 동안 목표 달성을 위한 단계적이고 구체적이 노력 대신 싸우고, 먹고, 현실에 치이는 인물들의 지지부진한 모습을 주로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생생함을 획득한다. 기존의 언더독 성장 스토리와는 달리,  '소주 리얼리즘'이라 명명하고 싶은 독특한 스타일이다. 

결국 <델타 보이즈>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현실에서 꿈을 지니고 살 수 있는지에 관한 영화다. 소위 '루저'로 묘사되는 영화 속 청년-아저씨들의 모습은 진지하게 하나의 꿈을 위해 전진하기보다는 자기 자신과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모인 소공동체의 느낌을 풍긴다.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이 정신을 못 차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뭘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이는 삶의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과 같고 종국엔 자신의 '존재 가치(쓸모)'를 느낄 수 없다는 것과도 같다. 에필로그 형식으로 들어가 있는 네 사람의 영화 속 유일한 합창 장면보다, 거울을 보며 서럽게 눈물 흘리는 일록의 모습이 더 인상적인 건 그래서다. 제 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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