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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벽 습관이 있는 여고생 명자(윤여정)는 아버지의 이른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집안 사정 때문에 술집 마담과 계약을 한 명자는 동식(남궁원)을 만나고 그에게 속아 강간을 당하게 된다. 이후 어찌 된 일인지 명자는 그의 두 번째 아내(첩)가 되기를 자처하며 동식의 가정에 빌붙어 살게 되고, 본처(전계현)는 월급을 줄테니 두 여자가 남편을 12시간씩 나눠서 소유하자는 제안을 내놓는다.

 

<하녀> 시리즈의 자장 안에 있는 <충녀>는 감독 김기영의 인장이 뚜렷하게 새겨진 일종의 스핀오프다. 마치 사고실험을 하듯 인물과 사건을 극단적으로 묘사하는 그의 작법은 전작들보다 더 파격적이다. 한 남자를 분유(分有)하는 설정도 그렇거니와 강제적인 체중 조절과 정관 수술, 드라큐라처럼 쥐를 먹는 아기의 모습, 냉장고속의 아기 실루엣, 사탕 섹스 신등이 연이어 이어지며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충녀>는 본질적으로 '여자들'에 관한 영화다. 정확히 말하면 가부장제라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억압된 여자들이 어떻게 기이하게 비틀리는지에 대한 기괴한 상상이다.

한쪽에는 무력하고 우유부단한 남편을 두고 본처와 후처가 대결하는 끓어오르는 에너지가 있다. (자식들은 '우리들은 엄마의 노예'라고 까지 표현한다) 여자들의 게임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여왕벌을 중심으로 이뤄진 곤충 세계를 보는듯한 느낌마저 준다.

다른 편에는 대를 이어 이어지는 여성들의 수난사가 있다. 명자의 어머니, 할머니 역시 누군가의 첩이었다는 설정은 그들의 기구한 운명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는 걸 뜻하고, 명자 역시 그 굴레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영화 속에서 피해자로 보이는 '동식'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는 명자를 내치고('재수없는 일이 일어나면 헤어져야 하는 게 남녀 관계의 철칙이야') 자살을 강요한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유희와 질서를 함께 병치함으로써 가부장 사회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결국 김기영 세계의 인물들이 거스를 수 없는 제 1 원칙은 '생식'이고 이 행위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성적 매력이 없는 본처와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는 후처 모두)은 게임에서 제거될 수 밖에 없다.

1972년에 국도극장에서 개봉하여 당해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제 5회 시체스 국제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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