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캐롤>과 <라라랜드>는 알맹이는 없이 겉모양으로만 변죽을 울리는 올해의 과대평가 영화들이다.

이전 걸작들이 승부했던 좋은 지점들을 피상적으로만 훔쳐와서 복고 스타일로 틈새 공략한 느낌이랄까.

어떤 누리꾼이 신랄하게 <라라랜드>에 대해서 악평한 글을 조금 순화해서 핵심만 간추려 본다면 이렇다.

1> 주인공 캐릭터 2명 말고는 등장하는 인물이 없음. 그런데도 두 주인공에 감정 이입이 잘 안됨. 즉, 캐릭터 묘사가 별로임.

2>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City Of Stars'만 너무 주구장창 나옴. 넘버들의 다양성이 부족함.

3> 엠마 스톤의 연기는 정말 별로임. (나탈리 포트만, 에이미 아담스 같은 배우들에 비해서) 

4> 롱테이크라고 무조건 예술은 아님. (보여주기 식 롱테이크)

5> 결론적으로, 각종 오마주와 복고 카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노골적으로 노림.

이 견해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한다.

 

 

* 드니 빌뇌브의 영화 역시 마찬가지로 과대평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컨택트>같은 영화는(물론 좋은 작품이지만), 기실 분위기만 거대하고 장엄하게 조성해 놓고, 플롯이나 주제 면에서 뭔가 대단한 것이 나오지 않는다.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즉, '빛 좋은 개살구.' 형식이나 양식 면에서 영화의 구성 요소들은 개별적으로 모두 평균 이상이지만, 그 총합에서 평범하게 느껴진다.

 

 

* 박찬욱의 <아가씨>도 고평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김소희 평론가의 글로 내 생각을 대신하고 싶다.

'그러나 <아가씨>는 외피가 싸고 있는 내용이 아니라 외피가 전부인 영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가씨>의 섹스 신은 여러 자세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며 동성간의 섹스가 이성과의 섹스와 별다르지 않음을 전시하는 데 그친다. 박찬욱의 전작들이 편견이나 무지에 대한 관객의 지각과 교정을 인물에 대한 이해와 뗄 수 없는 방식으로 제시했다면, <아가씨>는 등장인물을 이용해 관객을 착각하도록 유도하면서 편견이나 무지에 대한 자각과 인물에 대한 이해가 서로 배척되도록 만든다. 관객인 내가 이해하고 싶은 것은 동성애여성들의 연대따위가 아니라, 이들의 감정이었다. 그러나 이야기의 구조는 이들의 관계의 외피만 남기고, 이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경로는 차단해버렸다. 나는 영화가 그려낸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짜인 관객의 자리와 그것이 미리 재단해놓은 영화보기 방식이 불편하다.'

 

 

* 홍상수는 욕먹어 마땅하다. 홍상수 스캔들이 터져나오고 나서, 그의 사생활과 예술성을 별개로 보자는 일부 '영화 전문가'들의 옹호가 있었는데, 그야말로 궤변이다. (나는 단 한 편의 홍상수 영화도 걸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홍상수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면 박근혜를 비난할 자격도 없는 것 아닌가?

지탄받는 부분의 스케일이 다르다고 해서 눈감아 줄 수 있는가?

하나의 가정을 파괴하고 소수의 사람들에게 정신적 상처를 주는 건 도덕적, 윤리적 책임이 없는가?

그토록 진보적이고 민주적이라는 씨네21도 홍상수에 대한 맹목적 지지와 찬양을 그만둬야 한다. 자신들이 배격하는 카르텔-제도권을 그들 자신이 형성하는 꼴이다. (특히 편집장 주성철이 심하다. 주성철은 전문성이나 정치적 균형감, 글쓰는 수준 등 모든 면에서 씨네21 수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가 부임한 뒤 부터 씨네21은 영화전문지에서 영화광고지로 전락했다) 법적인 책임과 도덕적 책임은 별개라지만, 예술가이자 유명인으로서의 공적인 책임은 면할 수 없다. 무조건 옹호하고 보호하는 건 옳지 않다. 균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그것말고도 씨네21 여성 영화인 대담에서도 이미 '홍상수'의 성희롱에 대한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정도가 약했다 뿐이지 근본적으로 김기덕, 조재현과 다를 바 없다.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 오키테가미 쿄코의 비망록  (0) 2018.05.05
짝사랑과 내적 성장  (0) 2018.05.05
꿈과 미래  (0) 2018.05.05
몰락한 대통령과 철학의 교훈  (0) 2018.04.25
랭보  (0) 2018.04.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