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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의 꼽추>의 페뷔스가 되지 못하고 콰지모도가 될지언정 프롤로처럼 타락하고 싶지는 않다.
잠시 훔쳐운 불꽃이었지만
그 온기를 쬐고 있는 동안만은
세상 시름, 두려움도 잊고
따뜻했었다
고맙다
네가 내게 해준 모든 것에 대해
주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옛날의 불꽃' - 최영미)
그래 고맙다. 왕가위 영화처럼 찰나의 순간을 스틸 사진처럼 추억할 수 있게 해줘서.
'나는 가슴속에서 작은 열정 하나가 반격에 나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순간, 과거도 미래도 퇴색하고, 현재만이 빛을 발한다. 시원스런 바람이 광장을 불어 가고, 나는 바람의 흐름에 눈길을 고정시킨다. 사방팔방에서 두오모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긴 그림자가 돌 길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이길 수 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지금이라는 일순간이며, 그것은 열정이 부딪쳐 일으키는 스파크 그 자체다.' ([냉정과 열정 사이])
사랑이라는 현재에 충실했다면 내 삶도 더 충만해지지 않았을까.
'그들은 삶을 누리고 있는 것 같고, 밖에서 이러한 만족을 얻어 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그런 행복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머니는 말했지. “이 아이는 무엇에 대해서든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어.” 내 인생이 눈앞에 환히 주마등처럼 떠오르기 시작한 것 같다. 벌써 이런 말을 되뇔 줄 알게 되다니.' ([연인])
나는 영원히 '삶을 누리는 그들'을 동경하며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의 항아리를 간직한 채 살아갈 것이다.
'그녀는 일어나지 않은 그 사건, 달라졌을 생활, 미지의 남편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남자라도 이 사내와는 달랐을 것이다. 미남에대 재치와 품위와 매력을 겸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녀원 친구들은 모두 그런 남자와 결혼했을 것이다.' ([보바리 부인])
그때 조금만 더 용기를 내었다면, 진심을 보였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삶이 주는 행복이자 슬픔은, 시간은 흐르고 순간은 지나간다는 것.
그러므로 수정한다. 프롤로처럼 타락하고 싶지는 않고, 콰지모도의 순수를 간직한 페뷔스가 되고 싶다. 이뤄지지 않을 지라도 그렇게 평생을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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