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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2018, 인디스토리

 

 

 

대구 수성구의 명소인 수성못의 오리배 대여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희정'(이세영)은 뭐든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편입하기 위해 틈틈이 공부하면서 스스로 학비를 버는 그녀는 깨어 있는 매 순간마다 노력하면서 살려고 한다.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책만 읽는 수동적인 성격의 남동생 희준(남태부)과 엄마 등 가족들은 그녀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근무 중 잠시 졸고 있는 사이 신원미상의 중년 사내 한 명이 수성못에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구명 조끼를 건네주지 않았던 희정은 과실 책임을 면하기 위해 밤 시간을 틈타 못에 구명 조끼를 빠트린다. 하지만 근처 핸드폰 가게에서 일하던 동반자살모임 카페 회장 영목(김현준)에게 그 광경을 들켜버리게 되고, 그가 하는 어떤 일을 도와주기로 계약을 맺게 된다.

 

<수성못>은 한마디로 말해 '실패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삶을 버거워한다. 희정이 영목과 함께 자살예방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인해 죽음밖에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동생 희준 역시 별다른 직업 없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좋겠다"고 누나에게 말할 정도로 삶의 목표나 의욕이 없는 상태다.

희정은 영목과의 코믹하면서도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겪으며 서서히 주변과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이 무시하고 깔봤던 '죽을 용기도 없고, 치열하게 살지도 않는'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세계 속에서 희정만큼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도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괜찮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유지영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세 명의 중심인물(희정, 희준, 영목)을 따라가며 그들의 실패를 보듬는다. 영화의 배경인 대구는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데, 실제로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청년 실업률로 인해 경제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지방이다. 현실의 사회 문제가 플롯 안에 적극적으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에, 20대 청년들의 이야기에 핍진함이 부여된다.

결과적으로 <수성못>은 우리의 자화상이다. 희정이었다가도 희준이 되곤 하는 Z세대, 밀레니얼 세대의 모습을 장르적인 표현과 함께 개연성 있게 묘사하고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장편제작연구과정을 통해 2015년에 제작되었고, 2018년 4월에 극장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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