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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두 교황 & 결혼 이야기

JGH 2021. 4. 13. 21:30

© 2019 NETFLIX, m.blog.naver.com/lubkhaki/221739687065

 

 

<아이리시 맨>이나 <로마>도 넷플릭스의 할리우드 내 영향력을 넓히는 데 일조했지만, 이 두 영화야말로 현재 넷플릭스가 어떤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하게 감독의 연출권을 보장해주면서 부족하지 않은 제작 지원으로 높은 기술적 완성도까지 보장한다.

 

<두 교황>은 가톨릭 내 보수와 진보간의 첨예한 논쟁이라는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지만 핸드헬드 촬영, 팝송 삽입,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화면, 적절한 코미디 터치를 가미하며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하시는 주님', '인간은 모두 나약하다. 심지어 신의 대리라도', '우리는 인간일 뿐입니다'의 대사를 통해 대변되는 영화의 주제(하늘이 아니라 땅과 인간에 밀착해 있는 종교)와 맞아떨어지는 기술적 선택이기도 하다.

 

<결혼 이야기>는 21세기판 우디 앨런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라고 할 수 있다. 진부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장르인 가족드라마의 전형적인 이야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연극'이라는 은유) 배우들의 연기를 최대치로 활용해서 농도 깊은 감정을 전달하는 연출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다. 제목은 결혼을 말하지만 '이혼한 가족의 풍경'을 보여주며 긴 여운을 남긴다.

 

넷플릭스는 장르물이던 작가 감독의 예술 영화이건 '속도감'을 놓치지 않는다. 높은 제작비로 건져낸 매끈한 화면, 비록 플롯의 개연성이 부족해지더라도 곁가지를 허용하지 않는 속도감 있는 서사. 그리고 적절한 서사 내 반전. 극장에 걸리지 않는 영화라고 해서 관객의 기호를 배반하는 게 아니며, 완성도 역시 뛰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이 두 영화는 증명해낸다. 2019년은 아마 후대에 OTT 영화가 전통적 스튜디오 영화들의 예술적 성취를 뛰어넘은 최초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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