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 Paramount Pictures 믿음, 신념은 극한의 상황에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마틴 스콜세지는 평생의 고민을 떨치지 못하고 결국 2시간 30분이 넘는 영화로 위 주제를 풀어내고야 만다. 이 작품은 감독의 원죄의식에 대한 고민과 그 응답이 만들어낸 미완의 실패작이다. 꿈이라는 이상과 현실이라는 배교 사이에서, 신의 대리자인 신부들은 갈등하고 고통 겪는다. 그 과정 자체가 생생하게 전달되어 보는 관객 역시 그 고통을 대리체험할 수 있다. 어쩌면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를 비롯해 우리 모두는 불가능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감독의 이전작 과는 달리 현란한 편집과 촬영, 비장미 넘치는 음악이 제거되어 있는 차분한 고뇌의 영화이다. 사실, 육체적 정..
Photo by Ben Rothstein - © 2016 Focus Features 결혼이 이어지기 전에 신뢰는 필수적이다. 연인,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굳은 신뢰감이 생겼을 때라야 평생을 함께할 확신을 가지게 된다. 감독 제프 니콜스는 이전작들의 독특한 리듬(문학적인 플롯과 장르영화 스타일의 공존)을 다시 구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오롯이 두 사람의 굳센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가족, 지켜져야 할 안락한 집에 대한 주제의식은 여전하다. 리처드 러빙의 묵직한 대사, '판사에게 말해주세요. 난 아내를 사랑한다고'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내내 어수룩하고 논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블루 칼라 노동자 러빙이 할 수 있는 건 자기 아내를 진심으로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밀드레드 러빙은 그런 남편에..
인간은 태어나 가족에게서 삶을 배우고, 주어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우정을 쌓으며, 사랑도 하고, 결혼을 하며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신들의 아이를 낳는 것도 지켜보며 순리대로 늙어간다. 인간이란 제각기 다른 법인데, 큰 틀에선 모두 비슷한 길을 걷는 것이다, 사회와 제도가 만들어놓은 시스템 하에서. 그런 것들에 적응하기 어려운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이 삶에 대처해야 할까? 사토 타케루와 미야자키 아오이가 출연한 은 일본 영화 특유의 차분한 톤으로 삶의 모든 순간들을 긍정한다. 아무 의미 없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순간일지라도, 죽음 이전의 삶은 타인과 외부세계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 나의 행위인 것이다. 단지 우등과 열등을 경계짓는 생각이 개별 주체들을 힘들게 한다. 그러나 세상엔 분명히..
거대한 거시 세계의 흐름 속에서 세상의 중심이 나라고 착각하는 미시 세계가 서서히 죽어간다고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처럼, 죽음을 생생하게 자각하고 느껴야만 삶에 대한 충만한 의욕이 생기는 것일까? 늘 꿈꾸고 그려왔던 이상적인 '나'가 결국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걸 인정하기가 죽기보다 어렵다. 인생은 하루하루 견뎌내고 그저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일뿐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특별한 사람, 인류에 기여하는 위대한 한 사람이 될 것이라 믿어왔던 지난날들이 의미없이 부서진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죽음 직전에야 삶을 목도했고, 이후 장편소설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었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주어진 대로 자연스러운 '내'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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